사회재난

[MZ세대의 촌철살인] 학생과 교사의 관계 속에서 권력이 끼어들 틈은 없다

한국재난뉴스 2023. 7. 28.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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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3년 중 2년을 같은 반으로 지냈던 친구가 한 명 있다. 특별한 고집이나 모난 부분 하나 없이 항상 주위 사람들을 포용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예나 지금이나 정말 순둥한 친구이다. ‘성실’이라는 단어를 빼고 그 친구를 설명할 수 있을까. 대학 진학 후 휴학 한 번 없이 스트레이트로 학교를 졸업했고, 착실히 임용고시를 준비하여 오래지 않아 붙었다. 그렇게 지금은 공립 유치원 선생님으로 일하고 있다.

 

 

이따금씩 동창들끼리 만나 밤새 이야기를 하곤 한다. 사연 없는 친구들이 어디있겠냐마는 순둥이 친구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깜짝 놀라는 정도를 넘어 할 말을 잃곤 한다. 6살배기 아이가 맥락 없이 말한 문장 한 마디에 학부모가 유치원으로 쳐들어와 문을 벌컥 열며 “OOO이 누구야”라며 아이들이 있는 곳에서 다짜고짜 내 친구 이름을 부르며 난동을 피웠다고 한다. 한참이나 체구가 큰 학부모의 위협적인 제스처와 말투를 온전히 감당한 후, 내 친구는 화장실에서 펑펑 울며 감정을 추슬렀다고 한다.

 

 

처음 이와 같은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내 친구에게만 그런 케이스가 유독 많이 생기는 줄로 생각했다. 만날 때마다 이와 같은 이야기보따리가 끊이지 않는 것이 도저히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내 친구에게 일어난 일은 빙산의 일각일 뿐, 수많은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선생님들이 그와 같은 고충을 겪고 있다. 아마 더하면 더할 것이지 덜하진 않으리라.

 

 

최근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했다. 이후 학부모의 악의적인 신고와 갑질부터 학생들의 교권 침해. 이 모든 상황 속에서 보호 받지 못하는 교사에 대한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며 교사의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학생과 교사의 권리는 동일하게 보장되어야 한다. 하지만 지난 몇 십년간의 교육계를 보고 있노라면 학생 인권과 교권을 분리하여 저울 끝에 매달아둔 채 어느 한 쪽에 더 무게를 실어주는 모습에 불과한 듯하다. 지난 10여 년 간은 학생에게, 그 이전에는 교사에게 무게를 실어준 것이다. 그저 권력과 힘겨루기에 불과한, 서로를 착취하는 현장 속에서 학생과 교사는 서로를 삐뚤어진 시각으로 바라보게 된다. 학생 인권과 교권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동시에 신장할 수 있는 상호보완적인 관계이다. 교권 신장이 학생 인권 신장으로 이어지고, 학생 인권 신장이 교권 신장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다시 돌아와, 순둥이 친구에게 그 이야기를 듣고 그럼에도 계속 이 일을 하고 싶은지 물었다. 그 친구는 이 일은 정말이지 아이들을 사랑해야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다고 대답했다. 섣부르게 시작했다 학부생 때부터 관두는 대학 동기도 봤다고. 학부모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는 속에서도, 아이들이 말썽을 피우는 속에서도 일을 관두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일에서 보람을 느끼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교육하고 그 학생들이 성장하는 점에서 오는 것이다. 가장 근본적인 관계 속에서 권력이 끼어들 틈은 없다.

 

원본:https://www.hj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60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