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재난

[문화인류학으로 읽는 세상만사] 방사능 오염수는 안전한가?

한국재난뉴스 2023. 7. 11.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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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재난뉴스 객원칼럼니스트

전주대학교 교수

▲사진_국제원자력기구(IAEA) 로고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4일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계획에 대해 “국제 안전기준에 부합한다”고 평가했으며 오염수 방류에 대한 포괄적인 평가를 담은 최종 보고서를 발표했다. 일본 정부는 이 보고서를 근거로 방류를 시작할 것이다.



오염수 방류를 두고 국민의 우려는 큰 편이지만 우리 정부는 과학적 판단을 근거로 오염수 방류에 적극적인 반대는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후쿠시마 시찰단이 현지를 다녀왔지만 분명한 입장이나 시찰 결과를 제시하지도 않고 있다. 오염수 방류가 우리나라 해역을 방사능으로 오염시킬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수산업 종사자들의 우려도 크다. 오염수 방류와 이에 대한 지나친 우려로 자칫 수산업 생태계 자체가 붕괴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방사능 오염수를 해양에 방류하는 것이 해양 오염 더 나아가 수산물의 방사능 피폭으로 이어질 것인가에 대한 논쟁은 뜨겁지만 이에 대한 해답은 누구도 가지고 있지 않다. 모든 지식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주관적 구성물이기 때문이다. 과학을 동원하여 방사능 오염수가 인체에 무해할 것이고 주장하는 사람들과 그 반대 진영 사람들 모두 지식이 사회적 구성물이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사람은 소위 ‘객관적’ 진실을 믿는 존재가 아니라 자기가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존재다.



방사능 오염수 논쟁과 유사한 논쟁이 20여 년 전 부안에서 있었다. 부안군에 속한 위도에 방사능 폐기물 처리장을 건설하려고 했을 때도 찬반 논쟁이 거세었다. 이 논쟁의 핵심은 중저준위 방사능 폐기물을 매립하는 것이 위험한가 그렇지 않은가였다. 위험하다고 주장하는 측은 방사능이 위험하다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였고 이에 반하는 정보는 애써 외면하였다. 반대로 방사능 폐기물 처리장 유치를 찬성하는 측은 중저준위 방사능 폐기물은 큰 위험이 아니라는 지식과 논리만 받아들이고 위험하다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양측 모두 자기주장의 근거가 될 지식과 정보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였고 그 결과 논쟁은 해결된 것이 아니라 파국으로 결말이 나고 말았다.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에 대한 논쟁도 같은 길을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큰 위험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측은 방사능 오염수 자체는 위험할지라도 안전한 수준까지 희석해서 방류하며, 방류된 오염수도 태평양 바닷물과 섞이면서 우리나라 해역에 도달할 무렵에는 무시해도 좋을 수준으로 농도가 낮아진다고 주장한다. 반면 위험하다는 입장에서는 방류로 후쿠시마 앞 바다는 명백히 오염될 것이고 그 해역에서 방사능 피폭을 당한 물고기들은 짧은 시간 안에 우리나라 해역으로 올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두 입장 모두 상대방의 주장은 외면하고 자기주장의 근거가 될 자료와 정보만 생산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국제원자력기구나 일본 정부 그리고 우리 정부가 어떤 자료를 내어놓더라도 한 편은 받아들이고 다른 한 편은 거부할 것이다.



광우병 논란도 유사한 과정으로 전개되었지만 논쟁을 통해 절충안을 마련한 것은 큰 성과였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와 수입 찬성의 논쟁 속에 3년 이상 된 소의 고기와 뼈는 수입 금지시키고 3년 미만인 소의 고기만 수입하기로 한 것이다. 이 결론으로 광우병으로부터의 안전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라는 두 가지 성과를 동시에 얻어낼 수 있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도 결국은 오염수의 처리와 식탁의 안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문제이다. 지금은 오염수를 방류하면 식탁의 안전을 지킬 수 없고, 식탁의 안전을 지키려면 오염수 방류를 할 수 없는 딜레마 형국이다. 이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한 첫 걸음은 양 측 모두 확증편향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자기주장만 강요하면서 상대방 주장에 귀 닫을 것이 아니라 상대방 주장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과감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오염수 방류에도 불구하고 우리 식탁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를 찾는 노력을 함께 해야 한다. 오염수 방류는 일본이 결정하는 문제이고 일본이 국제원자력기구의 승인 하에 오염수를 방류하면 우리가 그것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은 없기 때문이다. 지금은 오염수 방류에 대한 감시, 방사능 오염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금지 등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할 때다.



원본:https://www.hj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9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