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의 촌철살인] 플렉스 세대에서 거지 세대까지, “거지방 입성을 환영합니다”

최근 청년 세대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오픈채팅방, 일명 ‘거지방’이 있다. 익명의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지출내역을 공유하며 불필요한 소비에는 쓴소리를, 비용을 절감한 데에는 격려를 주고받아 함께 절약하자는 취지의 채팅방이다.
한 번 체험해보았다. 카카오톡 채팅방 검색창에 ‘거지방’을 검색하자 우후죽순 많은 채팅방이 보였다. 일부 채팅방은 참여자가 1500명에 달해 입장이 제한되기도 하는 모습이다. 처음 입장하면 다들 ‘거하!’라는 인사로 반겨준다. 거하란 ‘거지 하이’라는 뜻. 거지방 안에서 이뤄지는 대화는 대개 다음과 같다.
“타투해도 되나요?”
“껌사서 판박이나 붙이세요” “볼펜으로 그리고 다니세요”
(이모티콘 사용시)
“유료 이모티콘 쓰지 마세요. 상대적 박탈감 느낍니다”
질문 하나를 던지면 소비를 억제하는 온갖 조언과 드립이 난무한다. 여러 질문과 답변이 오가는 문답은 마치 놀이처럼 유쾌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마냥 농담 따먹기식의 대화를 넘어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팁들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를테면 이런 정보들이다. “주말 동안 프링글스 참은 사람 홈플러스에서 1+1 한대요. 참고하세요!”
이러한 현상은 단순 채팅방 놀이로 국한되지 않는다. 회사에서는 아침마다 이런 풍경이 펼쳐진다고 전해 들었다. 매일 아침, 토스 어플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회의실에 모여 토스에 동시 접속한다. 접속한 사람 1명당 토스는 10원을 적립해주기 때문에 11명이 모이면 한 사람당 100원을 받는 것. 이와 유사하게 만보기 앱 이벤트에 참여하여 쿠폰 및 포인트를 받는 모습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이를 일컬어 ‘디지털 폐지 줍기’ 혹은 ‘앱테크(어플리케이션 + 재태크)’라고 한다.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현상의 원인을 치솟는 물가, 낮아지는 고용 안정성, 대출 이자 상승 등 불안정한 경제 상황으로 꼽는다. 포인트 혜택과 꿀팁 정보, 그 안에서 이뤄지는 대화 속에서 소소한 행복을 누리고 있다고는 하지만 ‘디지털 폐지 줍기’, ‘거지방’이라는 단어, 또 청년들이 스스로를 ‘거지’라고 부르는 이 현상은 얼마나 자조적인가.
역설적으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MZ세대의 소비패턴은 일명 ‘플렉스’ 문화였다. 명품 소비와 해외여행을 꾸준히 ‘보여주던’ 청년층이 지금은 ‘나 거지입니다’를 외치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이 앞으로 어떻게 변화될지는 지금으로서는 더 유심히 지켜봐야할 듯 하나 단순히 한 순간 지나갈 젊은 층의 트렌드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
‘거지방’은 해학적 커뮤니티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해학은 곧 사회의 부조리함에서 출발한다. 확실한 것은 현 대한민국의 경제 상황은 청년들에게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
원본:https://www.hj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6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