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재난

[문화인류학으로 읽는 세상만사] 산불의 계절

한국재난뉴스 2023. 4. 6.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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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대학교 교수ㆍ인류학

한국재난뉴스 객원 칼럼니스트

 

봄 가뭄이 극심해지면서 전국에 산불이 일어나고 있다. 봄이 되면 우리나라는 대기가 건조해져 산불이 일어날 위험성이 커진다. 산불은 진화가 쉽지 않아 피해 규모가 커지기 쉽다. 산에는 낙엽, 나뭇가지, 나뭇잎 등 인화성 물질이 누적되어 있기 때문에 불이 번지는 속도가 빠르다. 또한 산은 지형적 요인으로 바람이 평지보다 강하다. 강한 바람은 산불의 범위를 급속하게 키운다.

 

 

산불은 진화가 어렵다는 특성도 있다. 우선 산은 진화를 위해 사람이나 소방차가 접근하기 어렵다. 따라서 산불 진화에는 헬리콥터가 많이 이용된다. 헬리콥터는 화재 현장에 접근하기 용이하다는 장점은 있으나 연료 고갈이 빠르다는 점, 야간이나 기상상태에 따라 운행을 할 수 없다는 점, 그리고 가까운 곳에 물이 대규모로 있어야 한다는 점 등의 한계도 있다. 통상 산불 진화에는 장비를 총동원한다 하더라도 2~3일씩 걸리는 이유는 이렇게 진화가 어렵기 때문이다.

 

 

산불 발생의 원인으로는 자연적 원인과 인위적 원인이 있지만 자연적 인화보다 인위적 인화가 많다는 점에서 산불은 생활습관의 문제이기도 하다. 봄이 되면 인위적인 발화 원인이 크게 증가한다. 우선 봄은 농사를 시작하는 시기이다. 봄 농사를 하기 위해서는 겨울 동안 땅 속에서 동면을 하던 해충과 벌레를 박멸하고 잡풀을 제거하기 위해 농경지와 밭두렁에 불을 지핀다. 불을 지피면 해충을 박멸할 수 있고 재는 거름이 된다. 농촌에서 봄이 시작되는 시기에 들불을 놓는 것은 흔한 풍경이다. 이 들불이 통제되지 못하여 산으로 번지면 산불이 된다.

 

 

봄이 되어 기온이 상승하면 등산 등을 비롯한 야외활동도 증가한다. 근래에는 많이 줄었지만 과거에는 등산을 하면서 취사를 하는 경우도 많았다. 입산을 한 뒤 취사, 흡연 등으로 불을 사용하게 되고 조금의 부주의가 산불로 비화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등산객이 일으키는 산불을 방지하기 위해 봄철에 입산 통제를 하는 경우가 많고, 이는 산불 예방에 큰 효과를 가져다주었다.

 

 

산불은 자연환경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산불로 훼손된 나무는 회복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며 토양 유실도 심각하게 일어난다. 산불은 대기 오염의 원인이 되기도 하며 탄소를 배출함으로써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산불은 문화재를 훼손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통 사찰이나 문화재가 산 속에 있는 경우가 많아 산불이 일어나면 문화재가 불에 타 소실되기도 한다.

 

 

산불은 사회적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방화나 실화로 산불을 일으킨 사람이 비난을 받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산불 진화가 늦을 경우 담당 공무원의 책임을 추궁하며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기도 한다. 소방관들이 산불을 진화하는 동안 골프를 하거나 술자리를 가진 지방자치단체장은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한다. 산불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말실수를 한 정치인은 치명상을 당하기도 한다. 자연현상인 산불은 사회현상이기도 한 셈이다.

 

 

역설적이게도 산불이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산불이나 인위적 개입이 없으면 한 지역에는 그 지역에 가장 잘 적응하는 한 가지 수종만 남게 된다. 이런 지역에 산불이 일어나면 새로운 수종이 자랄 수 있는 터전이 마련되어 생명 종 다양성이 확보될 수 있다. 이런 배경으로 호주에서는 주기적으로 산불을 인위적으로 만들기도 하며, 미국의 서부 지역에서는 산불이 일어나면 일정 수준까지 번지도록 버려두기도 한다. 소나무는 송진이라는 인화물질을 스스로 만들어 산불이 일어나기 쉽게 한다. 햇볕을 받아야 잘 자라는 소나무는 스스로 산불의 원인을 제공하여 자손목이 자라는데 방해가 되는 관목을 태워버리는 것이다.

 

 

그렇지만 산불은 일어나지 않는 것이 최상이다. 오랜 기간 조성한 삼림자원이 순식간에 사라지기도 하고 인명과 재산의 피해가 일어나기도 하며 귀중한 문화재가 소실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산불이 일어나기 쉬운 봄철이나 대기가 건조할 경우 발화의 원인을 만들지 말고 입산을 자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원본:https://www.hj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