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수출입은행, “벌금 내고 말지 장애인채용 안 해”...‘채용의 계절’에 눈물짓는 장애인들
[한국재난뉴스_기자수첩] 지난 7일, 절기상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추’를 맞았다. 아직까진 낮 최고 기온이 30도가 훌쩍 넘어가지만 하늘은 청명하고 바람은 산들대는 계절, 바야흐로 가을이 시작된 것이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불리는 동시에 ‘취업의 계절’, ‘공채의 계절’이라고도 불린다. 또한 가을 날씨는 청명하건만 취준생들에게 가을은 극심한 스트레스의 계절이다. 코로나19가 또 다시 창궐할 기미를 보이는 가운데 갈수록 극심해지는 취업난 때문이다. 한데 일반 취준생들보다 가을이 더욱 춥게 느껴지는 조금은 ‘다른’ 취업준비생들이 있다.
바로 장애인들이다. 모든 취준생들이 그렇겠지만, 장애인 고용은 조금은, 아니 더욱 험난한 듯 보인다. 실제 한국장애인개발원의 ‘2018년 장애 통계 연보’에 따르면 15세 이상 장애인 고용률은 36.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고 이는 전국 고용률보다도 24.8% 낮은 수치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는 더욱 참담했다. ‘2019년 장애 통계 연보’에 따르면 15세 이상 장애인 고용률은 34.9%에 그쳤고 이는 전국 고용률보다 26.6%낮은 수치인 것으로 기록됐다.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이 채용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제도는 분명 존재한다. 장애인 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제28조에 따르면 공공기관은 정원 대비 3.4% 이상의 장애인을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하며 이에 못 미치는 공공기관의 장은 매년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장애인 고용 부담금을 납부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여기에 더해 정부는 경영실적평가 지표를 강화해 의무고용률 미준수 공공기관에 대한 불이익을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공공기관의 장애인 고용 노력은 경영 실적평가에도 반영된다.
이처럼 장애인을 보호하는 제도는 갈수록 강화되지만 대부분의 공공기관들이 해당 법률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부담금이 기업에게 실제 부담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수출입은행은 최근 5년간 4억 원에 가까운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납부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지난 2014년 303만원의 장애인고용부담금을 납부했으나 지난해에는 이보다 30배 이상 늘어난 금액인 1억원이 넘는 ‘벌금’을 납부했다. 또한 한국수출입은행은 지난 5년간 총 277명의 신입사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했으나 이 중 장애인은 단 4명에 불과했다. 더욱이 이 중 2명은 지난 2015년에 채용된 인원이다.
이에 대해 수출입은행 측 관계자는 과거 기자와의 만남에서 “부담금을 내지 않고 장애인을 고용하는 것이 회사의 재정적 입장에서 이득일 수 있다”고 밝혔던 바 있다. 하지만 그간 수출입은행의 장애인 채용 현황과 부담금 납부 추이를 살펴보면 4억 원이라는 ‘벌금’, 그리고 지난해 납부한 1억원이 넘는 금액이 수출입은행에 큰 부담이 되지 않았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일 것이다.
공공기관이 장애인 채용을 ‘나 몰라라’해 벌금을 내는 행태는 국민의 혈세 낭비라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 지난해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장애인 고용을 외면해 부담금 납부로 국민 혈세를 낭비하는 것은 사회 전체의 법 위반에 대한 경각심을 떨어트리는 행위다”며 “장애인 의무고용제도는 고용 불안을 겪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인 만큼 공공기관으로서 보다 책임감을 가지고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서기 바란다”고 지적했던 바 있다.
장애인 의무 고용제도의 무용론도 끊이지 않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부담금’이 실제 기업에게 부담이 되지 않는 수준이라는 것에 있는 듯 보인다. 채용의 계절이 도래한 지금, 장애인 의무 고용 제도의 실효성 있는 변화와 장애인을 향한 기업의 태도 변화가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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