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재난
[기획_창간2주년 특집] 대형 사고를 다시 성찰한다_태안 앞바다 기름 유출 사고 편
한국재난뉴스
2022. 9. 13. 11:45
728x90

2007년 12월 7일 오전 7시경, 태안 앞바다에서 정박 중이던 유조선에 삼성중공업 소속 해양 크레인이 충돌하면서 대규모 원유 유출 사고가 발생하였다. 이 사고는 한국에서 일어난 최대의 원유 유출 사고로서 해양 오염과 양식장 파괴라는 처참한 결과를 초래하였다. 이 사고 역시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으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사고로서 전형적인 인재(人災)였다.

사고를 일으킨 해상 크레인은 삼성중공업 소유로서 인천대교 공사에 투입되었다. 공사를 마친 크레인은 사고 전날인 12월 6일 14시 50분에 인천대교 부근을 출발하여 거제로 철수될 예정이었다. 해상 크레인은 1만 2천 톤급의 대형 크레인이었으며 무동력선이기 때문에 예인선 2척이 와이어로 연결하여 끌고 갔다. 그러나 다음날 새벽 3시, 서해안에 풍랑주의보가 발령되었다. 예인선으로 끌고 가는 대형 크레인은 풍랑에 취약하기 때문에 즉각 대피했어야 하지만 예인선은 항해를 계속했다. 풍랑주의보 발령 1시간 뒤 해상 크레인은 예정항로를 이탈하여 남동 방향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뒤늦게 예인선은 인천항으로 회항을 시도하였으나 이마저 여의치 않았고 결국 높은 파도와 바람으로 예인력을 상실하고 말았다. 항만당국은 예인선단의 운항이 의심스러워 5시 30분경 예인선을 호출하였으나 응답이 없었고, 3km정도 떨어져 정박중이던 홍콩 선적의 유조선 허베이 스피릿호에서도 예인선을 호출하였으나 응답이 없었다. 6시 30분경에는 예인선 한 척의 와이어가 절단되어 해상 크레인은 통제력을 잃고 표류하기 시작했고 결국 허베이 스피릿호와 충돌하고 말았다.

해상 크레인과의 충돌로 허베이 스피릿호에는 3개의 구멍이 뚫리게 되었고 곧바로 원유가 유출되기 시작하였다. 허베이 스피릿호에서는 충돌 부위를 긴급 보수 했어야 하지만 높은 파도와 풍랑으로 적극적인 대처가 없었다. 또한 초기 방제에도 소극적이었다. 순식간에 12,500 리터의 원유가 유출되었고 높은 파도와 풍랑으로 유출된 기름의 확산속도가 높아졌다.
유출된 원유는 태안반도로 밀려와 태안군과 서산시의 양식장 약 8,000ha를 오염시켰다. 양식 중이던 어류와 조개류가 폐사하여 어민들은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뿐만 아니라 해양 오염으로 그 뒤에도 수년간 양식업은 물론이고 조개류를 채취하는 것마저 중단되었다. 태안반도의 북쪽 가로림만에서 남쪽의 안면도까지 해안은 기름띠로 오염되어 버렸다.

사고 이후 기름띠를 제거하는 일에 전국민이 참여하였다. 연인원 100만명에 달하는 자원봉사자들이 주말마다 태안반도를 찾아 해안의 기름띠를 제거하였다. 군인, 대학생은 물론이고 동호회, 부녀회, 교회를 비롯한 종교단체 등이 자원봉사에 적극적이었다. 그러나 기름띠를 제거하기 위해 필수적인 보호장비나 부직포의 공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보호복도 입지 못한 상태에서 기름띠를 제거하기도 하고 부직포가 모자라 옷으로 기름을 제거하기도 하였다. 기름띠 제거 작업에는 2달 이상이 걸렸으며, 태안반도에서 다시 양식업이 시작된 것은 사고 이후 7년이 지나서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