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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재난뉴스_수요칼럼] 장릉 앞 아파트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한국재난뉴스 2021. 12. 22.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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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에 있는 장릉은 인조의 부모인 원종과 인헌왕후를 모신 능으로 2009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조선 왕릉' 중 하나이다. 한데 이 장릉 앞 역사문화환경 보존지구에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지 않은 아파트가 신축되고 있어 문화재청과 건설사가 갈등하고 있고, 이미 아파트를 분양받은 입주예정자들도 난감한 처지가 되었다.



문화재청은 자칫 이 아파트의 신축으로 장릉의 경관이 크게 훼손되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조선 왕릉 전체가 세계문화유산 지정을 취소당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아파트의 상층부를 철거할 것을 건설사(대광건영ㆍ금성백조ㆍ대방건설)에 요구하고 있다. 반면 건설사는 이미 건축된 상층부를 철거하는 것은 이미 분양받은 입주예정자들에게 심각한 재산상의 피해를 줄 것이라고 판단하여 상층부 철거를 반대하고 있다. 입주예정자들은 문화재청이 2017년 1월 김포 장릉 500m 안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서 높이 20m 이상 건축물을 지으려면 심의를 받으라고 고시했을 때 관계기관에 직접 알리지 않아 이번 사태를 초래했다는 주장하면서 당시 문화재청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다. 장릉이라는 문화재를 보호하는 것과 아파트를 신축하는 개발 사이에 첨예한 갈등이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이 갈등의 배경에는 두 가지 맥락이 존재한다. 하나는 문화재는 반드시 ‘보호’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우리나라는 문화재는 반드시 보호되어야 한다는 도그마가 있다. 문화재보호법은 ‘보호’의 논리에 근거해 있다. 우선 지상에 고정되어 있는 어떤 유형물이나 지역이 문화재로 지정되면 그것을 ‘문화재 구역’이라고 한다. 문화재 구역의 외곽지역은 문화재청장이 ‘문화재 보호구역’으로 지정한다. 문화재보호구역에도 개발행위는 제한되며 토지 소유주에게는 보조금과 세제지원이 이루어진다, 시ㆍ도지사는 다시 문화재보호구역 외곽 500미터를 ‘역사문화환경 보존지구‘로 지정한다. 역사문화환경 보존지구는 사유지이지만 개발행위를 할 때 문화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문화재 보호에 지장이 있을 경우 개발행위를 불허할 수 있다. 하나의 문화재에 3중의 보호장치를 두고 있는 셈이다.



문화재를 보호하여야 한다는 논리에는 누구나 동의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도그마에는 문화재의 활용과 향유라는 개념이 매몰되어 있다. 문화재는 인류 공통의 유산이지만 국가든 개인이든 문화재를 소유하면 그것을 사적 소유물로 인식하게 되며, ’누구나‘ 활용ㆍ향유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바다와 강 또는 산과 숲을 누구나 조망할 권리를 가질 수 있는 것처럼 문화재도 누구나 조망할 수 있어야 한다. 문화재를 수장고 또는 보호구역 안에 두고 보호만 할 것이 아니라 활용과 향유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갈등의 두 번째 맥락은 세계문화유산에 대한 맹신이다.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면 그 문화재의 가치가 클 것이라는 생각이나 국가 간 세계문화유산의 숫자 경쟁을 하는 것은 세계문화유산에 대한 맹신 때문이다. 유네스코는 각 국가가 자국의 문화재를 가치 있게 생각하고 전승하려는 의지와 노력을 하는가에 근거하여 세계문화유산을 지정한다. 세계문화유산은 세계적 가치가 있는 문화유산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오히려 각 국가 문화의 개성과 고유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개념이다. 따라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는 것을 지상의 목표로 생각할 필요도 없다. 우리의 문화유산을 우리가 잘 보존하고 활용하면 그것으로도 충분하다.



이런 맥락에서 장릉 앞 아파트 갈등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문화재보호법을 단지 규제로만 생각한 건설사는 문화재청의 고시와 규정을 피해 고층의 아파트를 장릉 앞에 건축하려고 생각하였고, 문화재청은 허가받지 않은 아파트 건축을 중단할 것과 세계문화유산 지정이 취소될 것을 우려하여 아파트의 높이를 낮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 와중에 아파트를 분양받은 입주예정자들은 입주가 취소되거나 법적 분쟁으로 입주가 늦어져 경제적 손실이 커질 우려가 생기고 있다. 문화재 보호와 활용에 대한 인식의 전환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게 되었다.



원본:  https://www.hj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