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재난
[한국재난뉴스_김창민 수요칼럼] 녹조가 길을 잃었다
한국재난뉴스
2021. 9. 1.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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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다시 녹조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사대강 유역과 대청호를 비롯한 대형 저수지에 녹조 발생이 증가하면서 환경과 건강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녹조는 자연현상이지만 사회현상이기도 하다.
녹조는 푸른 빛을 띄는 식물성 플랑크톤을 총칭하는 개념이다. 파래, 청각 등이 대표적인 녹조다. 녹조는 물보다 비중이 낮아 물 위에 뜬다. 따라서 녹조가 증가하면 호수 표면이 푸른색을 띄게 되고 햇빛이 물로 투과되지 못해 물속의 산소 용존량이 낮아지게 된다. 그 결과 물속에 생명체가 살기 어려워 물고기 등이 폐사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이렇듯 녹조는 환경적인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녹조는 환경문제이지만 그 발생 원인은 다양하게 접근되고 있다. 우선, 녹조도 영양공급을 받아야 살 수 있다. 즉, 녹조 발생의 1차 원인은 수중에 영양염류가 증가하는 것이다. 같은 호수라도 강의 상류에 건설된 것보다 중ㆍ하류에 건설된 것에 녹조 발생이 빈번하고, 축산단지나 대도시의 영향을 받는 지역의 호수에서 녹조 발생이 더 심각한 것은 바로 이 이유 때문이다. 즉, 녹조를 근본적으로 제거하는 방법은 강이나 호수에 영양염류가 흘러 들어오지 않도록 차단하는 것이다. 녹조 발생의 2차 원인은 기온이다. 수온이 25도 이상으로 장기간 유지되거나 일조량이 많아지면 녹조나 플랑크톤의 증식 속도가 빨라진다. 문제는 이 기온은 통제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즉, 기온은 녹조 발생의 상수이지 변수가 아니다. 녹조 발생의 3차 원인은 유속이다. 유속이 빠르면 녹조가 하류로 흘러가기도 하고 물이 뒤섞여 산소용존량이 높아지기도 한다. 물이 고여 있으면 녹조가 증식하기 더 쉽게 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녹조가 본격적인 사회문제로 대두된 것은 사대강 사업 때문이다. 사대강에 보를 설치하고 물을 저장하면서 보에 녹조가 발생하기 시작하였다. 환경단체는 녹조의 발생 원인을 느린 유속으로 보아 보 해체를 주장하였다. 반면 사대강 사업을 찬성하는 측은 느린 유속이 아니라 강에 유입하는 영양염류가 녹조를 증가시키는 원인으로 보았다. 환경단체는 보 해체의 근거로 녹조 문제를 부각시킨 측면이 강하며, 반대 측에서는 보를 지키기 위하여 녹조의 원인이 느린 유속 때문만은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이 과정에서 녹조에 대한 과학적 논의는 실종되고 말았다. 과학적 논의는 곧바로 사대강 사업에 대한 찬반 진영논리에 갇히고 말았다. 그 결과 녹조를 해결할 실마리를 찾는 일조차 어렵게 되었다. 생활하수를 충분히 정화하여 배출해야 한다는 주장이나 강의 상류에 축산단지를 폐쇄해야 한다는 주장은 사대강 사업에 대한 찬성이라고 매도되었다. 반면 느린 유속이 녹조 발생의 근본 원인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사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입장으로 간주되었다. 녹조라는 환경 현상이 사대강이라는 사회적 논쟁으로 치환된 것이다.
녹조가 정말 인체에 해롭고 해결해야 할 환경문제라고 인식한다면 녹조 문제를 정치적 논쟁이 아니라 과학적 논쟁으로 복원하여야 한다. 그리고 녹조가 한 가지 원인이 아니라 여러 원인에 의한 복합적 문제라는 점을 인식하고 총체적 접근을 하여야 한다. 영양염류가 강이나 호수로 흘러 들어가는 것을 줄이는 방법과 함께 강과 호수의 물이 정체되어 있는 시간을 줄이는 방법이 함께 강구될 필요가 있다. 녹조를 정치적 이슈로부터 해방시킬 때 녹조를 줄이는 제대로 된 방법이 나올 수 있다.
원본:https://www.hj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3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