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이 되면 산사태가 많이 일어난다. 산사태는 예측이 어려워 갑작스럽게 일어나며 피해 규모도 크다. 지난 7월 2일과 3일 쏟아진 폭우로 일본의 시즈오카현 아타미시에서 큰 산사태가 일어났다. 이 산사태로 180여 채의 가옥이 유실되었고 7명이 사망하고 27명이 행방불명되었다. 2011년에는 서울의 우면산에서 대규모 산사태가 일어나 간선도로와 인근의 아파트 단지가 토사로 뒤덮였다. 장마철마다 산사태로 도로가 유실되거나 차단되며, 주택이 파손되는 일이 일어난다. 매년 반복되는 산사태에 대한 우려는 크지만 늘 대증요법적 조치만 있고 이를 해결할 근본적인 대책에 대해서는 관심이 부족하다.
산사태는 많은 비로 토양의 결속력이 약해지고 암석면에 새로운 경계가 생기면서 위에 있던 토양이 아래로 쓸려 내려가는 자연재해로 이해되고 있다. 그러나 자연상태의 산은 산사태가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수만 또는 수십만 년 동안 유지되어 온 산은 이미 호우에도 균형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산사태는 산에 인공적인 행위를 가했을 때 나타난다. 이런 측면에서 산사태는 자연재해이면서 동시에 인재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산사태는 산의 완경사면보다 급경사면에서 일어나기가 더 쉽다. 산에 급경사면이 만들어지는 이유는 지형상의 이유도 있지만, 산을 잘라 택지나 산업단지 등을 조성하거나 산을 관통해서 도로를 개설하는 과정에서 주로 만들어진다. 산을 절개하면 그동안 잘 유지되어 오던 산의 균형이 무너지게 되며 특히 절단면은 산사태에 취약하게 된다. 최근에는 차량의 이동을 더 편리하게 하기 위하여 산 중턱을 절개하여 도로를 개설하는 경우가 많으며, 따라서 많은 비가 올 경우 도로로 토사가 유출되기 쉽다.
산사태의 또 다른 이유는 산의 나무를 벌목하고 토양을 노출시키기 때문이다. 나무는 빗물을 머금거나 토양을 지탱하는 효과가 크다. 나무를 벌목하고 토양을 노출시키는 것은 그 자체로 산사태의 위험을 높인다. 벌목 후 토양이 노출되면 산의 물길이 바뀌기도 하여 안정적이었던 토양의 균형이 무너지기 쉽기 때문이다. 우면산 산사태의 경우 산 정상부에 있는 군사 시설이 원인으로 의심 받기도 했고 아타미시 산사태의 경우 산 정상부에 조성된 태양광 시설이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산사태가 인재라는 측면에서 보면 산사태를 예방하거나 줄일 수 있는 방안도 찾을 수 있다. 우선 산을 절개해야 할 경우 그 경사면을 최대한 완만하게 하는 것이 방안이 될 수 있다. 즉, 경사도의 기준을 정하여 일정 경사도 아래에서만 절개를 허락하고 절개면의 보강 기준을 강화하는 것이다. 또한 경사도가 심한 산은 벌목과 개발을 신중하게 할 필요가 있다. 아타미시의 산사태의 경우 태양광 시설과 산사태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일본 정부는 향후 산사태 위험지역은 태양광 시설 부지로 승인을 하지 않는 규제를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자연에 인위적인 개입을 하게 되면 자연은 균형을 잃게 된다. 그리고 자연은 새로운 균형을 찾기 위해 변형을 하게 되며 이 변형은 인간에게 자연재해로 나타난다. 결국 자연재해는 자연에 대한 인간의 무분별한 개입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산사태도 결국 인간이 원인이었고 따라서 자연에 대한 인위적인 개입을 줄임으로써 그 피해도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