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재난

[창간 특집_김창민 칼럼] 하천에 보를 허(許)하라

한국재난뉴스 2021. 7. 1. 10:37
728x90

 


이명박 정부 시절에 실시된 사대강 사업은 우리 사회에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사대강 사업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수자원 확보, 홍수 조절이라는 기능적 측면을 부각한 반면, 반대하는 사람들은 수질 오염, 자연 생태계 훼손을 강조하였다. 사대강 사업은 이성과 합리성에 근거한 논쟁이 아니라 정치적 논쟁으로 흘러 사회적 갈등의 한 원인이 된 측면이 있다. 그리고 사대강 사업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는 사대강에 설치된 보를 상시 개방하거나 보 철거를 시도함으로 사회적 갈등은 더 커지고 있다.



고대국가에서는 치수 사업이 통치의 근본 중의 근본이었다. 자연 그대로의 하천은 우기에는 홍수로, 건기에는 가뭄으로 농민을 괴롭혔기 때문에 건기에도 물이 부족하지 않도록, 우기에도 수해가 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통치의 근본이었다. 가뭄과 홍수는 백성들에게 고통을 주는 대표적인 자연재해였다. 가뭄이 계속되거나 홍수가 나는 것은 통치자의 덕이 부족한 징표로 간주되었으며, 가뭄이 계속되면 왕은 높은 산에 올라 기우제를 지내야만 했다.



역사적으로 농업의 핵심은 물 확보였다. 삼한 시대에 농업이 발전하면서 의림지, 공검지, 벽골제 등과 같은 대규모 저수지가 만들어졌으며, 농경지 상류에는 예외 없이 크고 작은 저수지가 만들어졌다. 농업에서 물은 대표적인 희소자원이었다. 마을에서는 농민들이 물을 공정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수리계가 조직되기도 하였다. 산간지역에서도 농업용수를 마련하기 위하여 하천 곳곳에 보를 설치하였으며, 보 아래에 보를 넘은 물이 낙차를 일으켜 만들게 되는 소(沼)도 중요한 수자원 공급처가 되었다. 농업에서는 보가 필수적이었으며, 보가 없는 농업은 생각할 수 없었다.



우리나라는 유엔의 기준에 의하면 물 부족 국가에 해당한다. 강수량은 세계 평균에 가깝지만 인구밀도가 높아 1인당 가용 가능한 물의 공급은 평균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또한 국토의 70%가 산악이기 때문에 경사가 심해 물이 짧은 시간에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물 부족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서 물을 가두어 두는 댐이나 제방, 그리고 저수지는 우리나라에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강은 흘러야 한다고 하지만 흐르는 물을 이용가능한 형태로 보관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산업화 이후 농업의 중요성이 줄어들면서 농업용수를 확보하기 위하여 댐이나 보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상실해 가고 있다. 그러나 물은 농업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생활 수준이 향상되면서 1인당 요구하는 물의 양은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 샤워를 하는 일이나 청소, 세탁을 하는 일을 비롯하여 일상에서 물은 점점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자연 증발하는 물도 많아지고 있으며 깨끗한 물에 대한 기준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물에 대한 수요가 계속 증가하면 공급 수단도 마련되어야 한다. 강수량을 인위적으로 늘이는 것이 제한적이라면 하늘에서 내린 물이 땅 위에 머무는 시간을 늘일 수밖에 없다. 기왕에 만들어진 사대강의 보를 철거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말이다. 곧 모내기를 하는 농번기가 시작된다. 물 부족으로 고통당하는 농민들의 외침이 나오기 전에 사대강에 물을 저장할 필요가 있다. 하천에 보를 허(許)하라.

원본: https://www.hj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