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법안은 3.1운동과 4.19 민주이념의 계승을 실현하기 위하여 역사에 대한 왜곡행위 및 일본제국주의를 찬양하는 행위를 방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행위들을 금지하고 있다. 첫째, 3.1운동, 4.19민주화운동, 일본제국주의에 저항한 독립운동에 관한 사실을 왜곡하거나 이에 동조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둘째, 일본제국주의의 우리나라에 대한 폭력적ㆍ자의적 지배 또는 그 지배 하에서 범하여진 폭력, 학살, 인권유린을 찬양⋅고무⋅선전하거나 이에 동조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셋째, 외국인 또는 외국의 국가⋅단체가 역사왜곡 또는 일제찬양을 하는 것에 동조하거나 경제적 지원을 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넷째, 일본제국주의를 찬양⋅고무⋅선전할 목적으로 일본제국주의를 상징하는 군사기 또는 조형물을 사용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이 법안에 의하면 3ㆍ1운동과 독립운동은 비판해서는 안 되며, 일본의 식민지배를 긍정적으로 평가해서는 안된다. 이는 얼핏 보면 정당한 것 같지만 매우 저열한 역사 인식을 바탕에 두고 있다.
우선 역사에 대한 해석은 특정인이나 특정 세력에 의해 독점될 수 없다. 역사왜곡방지법은 법안을 발의한 사람 또는 세력이 3ㆍ1운동과 독립운동 그리고 일본제국주의에 대한 역사 해석을 모든 국민에게 강요하는 것이다. 역사에 대한 해석은 다양하다. 3ㆍ1운동이 지향한 비폭력 운동에 대한 평가는 상반되며, 식민지근대화론과 위안부의 성격에 대한 논쟁에서 보듯 일본제국주의에 대한 인식도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왜곡법은 이 법을 발의한 세력의 역사 해석 이외의 해석은 금지한다는 점에서 파쇼적이다.
또한 역사에 대한 인식은 고정된 것이 아니다. 역사 해석은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 신라의 삼국통일에 대한 해석, 세조 반정에 대한 해석, 4ㆍ3사건에 대한 해석 등에서 보듯 하나의 역사적 사건이 가진 성격과 의의는 고정되어 있지 않고 지속적으로 재해석된다. 역사왜곡방지법은 역사적 해석을 고정시킨다는 면에서 역사에 대한 기본적 이해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사진출처_김용민 의원 페이스북
이 법안에서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왜곡 여부 등을 전문적으로 심리하기 위하여 ‘진실한 역사를 위한 심리위원회’를 설치하고 역사학자들을 참여시키고자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역사학자들이 이 법안에 가장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역사학계는 박근혜 정부가 국사를 국정교과서로 교육하겠다는 것에도 강력하게 반대하였다. 역사왜곡방지법은 국가의 국정교과서보다 더 위험하다. 국정교과서로 교육하더라도 교사가 수업 현장에서 다양한 역사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을 교육할 수 있지만 역사왜곡방지법은 이런 교사도 처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를 지향했던 현 집권세력이 입법을 수단으로 국민을 강제하고 독선적 모습을 보이는 것도 아이러니다. 민주주의는 표현의 자유과 권력자에 대한 비판을 특징으로 한다. 북한을 고무ㆍ찬양하는 것을 금지한 국가보안법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악법이라고 비판하였던 더불어민주당이 일본제국주의를 고무ㆍ찬양하지 못하도록 역사왜곡금지법을 제정하는 것은 스스로 민주정부가 아님을 인정하는 것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