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난뉴스_김창민 수요칼럼] 후쿠시마 오염수 배출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은 적절한가?
한국재난뉴스
2021. 4. 21.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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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3일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전 탱크에 보관중인 오염수를 해양에 배출한다는 계획을 담은 ‘처리수 처분에 관한 기본 방침’을 결정하자 우리 정부는 이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의 계획은 오랜 기간 동안 준비된 것인 반면 우리 정부의 대응은 다분히 국민 정서에 기댄 즉흥적인 것으로 보인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방사능 오염수는 지속적으로 발생했고 현재 약 125만 톤의 오염수가 저장되어 있다. 일본 정부는 2018년부터 오염수 처리 방침을 준비하였으며, 해외 외교관을 대상으로 방출 계획에 대해 100회 이상의 설명회도 개최하였다.
그 결과 미국은 오염수를 해양에 배출하는 것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며,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오염수가 방류 기준에 부합하다면서 방류를 지지하고 있다. 일본은 오염수에 포함된 방사능을 제거하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하였으며 삼중수소를 제외한 방사능 핵종은 거의 제거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근거로 오염수를 ‘정제수’라고 부른다. ‘정제수’라는 명칭은 방사능을 정제하였기 때문에 방류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포하고 있다. 일본이 국제사회의 지지를 확보하는 동안 우리 정부는 마치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이제야 안 것처럼 ‘최인접국인 우리나라와 충분한 협의와 양해 없이 이루어진 일방적인 조치’라고 비난하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는 오염수를 방출한 이후 영향 평가를 하기로 일본과 협의하였지만 우리나라는 이 감시단에도 포함되지 못하였다. 국제재판소에 방류 중단을 위해 제소하는 것을 검토한다고 하지만 이것마저 실효성이 의문스럽다. 국제재판소에서는 제소국가인 우리나라가 오염수 방류로 인한 피해를 입증하여야 하는데 모든 정보를 일본이 가지고 있고 국제원자력기구의 영향 평가단에도 합류하지 못한 상황에서 피해를 구체적으로 인증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오염수 방류는 정교하게 계획되어 있다. 오염수 처리에 관한 기본방침을 결정하였지만 실제 방류는 2년뒤부터 이루어진다. 그리고 저장된 125만톤의 오염수를 30~40년이라는 장기간에 걸쳐 조금씩 방류한다. 또한 남아 있는 삼중수소의 농도도 1리터당 1,500베크렐 미만이 되도록 희석하여 배출한다.
사실 오염수가 위험하다면 그 피해는 일본이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심하게 받게 된다. 독일의 키엘대학에서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를 보면 후쿠시마 앞 바다에 방류된 오염수가 제주도에 도착하는 데는 229일이 걸리며 제주도에 도착한 오염수의 농도는 방류 시점의 1조분의 1 정도로 낮아진다. 방류 후 1700일이 지난 뒤 오염수의 농도는 우리나라 동해안이 미국 서해안의 10분의 1 수준이다. 오염수 방류가 태평양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때 태평양 연안 국가 중 우리나라 해양이 가장 영향을 적게 받는 셈이다.
생각과 사실은 다른 경우가 많다. 국제원자력기구와 미국이 인정한 오염수 방류를 객관적 사실에 기초하지 않고 국민정서에 기대어 반대하는 것이 반일감정만 조장하는 것이며 한일관계만 더 악화시키는 일이다. 오염수 방류가 국민건강에 치명적인 해악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일본이 방류 계획을 수립하는 동안 외교 채널을 동원하여 우리나라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였어야 했으며, 국제원자력기구에도 영향력을 행사했어야 한다. 일본이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아 최종적인 방침을 내놓은 뒤에야 문제제기를 하는 것은 스스로 무능함으로 보여주는 것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