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난뉴스_김창민 수요칼럼] 가을장마의 단상

올해는 8월 하순부터 유난히 비가 오는 날이 많았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이 시기에 연일 비가 오는 현상을 통상 가을장마라고 한다. 7월에 오는 여름 장마도 불쾌지수를 높이지만 8월 하순에서 9월 중순까지 이어지는 가을장마도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가져다 준다. 금년은 특히 가을장마가 지속되는 기간도 길고 강수량도 많아 수확기를 앞두고 농작물 피해까지 우려된다.

장마는 동부 아시아에서만 나타나는 특이한 기상 현상이다. 즉, 태평양의 뜨거운 공기가 북상하다가 아시아 대륙 고위도에 자리 잡은 찬 공기가 만나서 장마전선이 만들어지며, 이 장마전선이 두 기단의 세력에 따라 남북을 오가면서 장기간 비를 내리는 것이 장마이다. 그러다가 7월 하순이 되면 태평양의 뜨거운 공기가 세력을 확장해 장마전선을 시베리아까지 밀어 올려 장마가 끝나고 그 때부터 무더위가 계속되며 강우량은 줄어든다. 그러나 8월 하순이 되면 뜨거운 공기의 세력이 약해져 장마전선이 남하하게 되며 한반도에는 다시 장마가 찾아온다. 이를 가을장마라고 한다.

가을장마는 농작물의 수확기 직전에 찾아온다는 점에서 농사에 큰 피해를 끼치기도 한다. 비로 인한 침수 피해는 말할 것도 없고 수확기의 농작물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또한 적은 일조량으로 과일의 상품성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가을장마는 가을의 전령이기는 하지만 농사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올해 가을장마가 예외적으로 장기간 지속된 것처럼, 날씨는 점점 더 예측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기상청은 그동안 예보해 오던 장마 기간을 2009년부터 아예 예보조차 하지 않기로 결정할 정도로 장마 예측은 어려워지고 있다. 장마 기간 동안 내리는 강수량의 변화도 크며, 마른 장마라고 하여 아예 비가 내리지 않는 해도 있다. 국지성 호우로 큰 피해를 당하는 지역도 있으며 장마가 지속되는 기간도 매년 달라지고 있다. 이런 이상 기후는 지구 환경이 변화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구 온난화는 기상변화의 핵심 원인이다. 문명이 발달하면서 일인당 에너지 소비가 많아지고 화석 연료의 소비가 증가하면서 지구 온난화는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 편리한 삶이 결국 기상 이변의 원인이 되는 셈이다. 결국, 예측 가능한 날씨를 원한다면 화석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것이 첩경이라고 할 수 있다.

가을장마가 끝나면 한반도에는 맑고 건조한 전형적인 가을 날씨가 찾아온다. ‘가을에는 말발굽에 고인 물도 마실 수 있다’는 속담이 있다. 가을이 되면 공기뿐 아니라 물마저 깨끗해진다는 의미이다. 쾌청한 가을이 온다는 희망은 지리한 가을 장마를 인내할 수 있는 힘이 된다. 희망이야말로 모든 역경을 이기는 원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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